나는 바스통 제품을 몇 년 동안 바라보며 입만 다셔왔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겨서 12개월 할부로(비교적 싼 제품은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긁었다. 되지도 않을 변명을 해보자면, 스스로를 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누군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면, 이런 선물을 받고 싶었다. 그것이 바스통이었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여태껏 산 바스통 제품 중에 가장 처음으로 리뷰하는 제품이자, 가장 최근에 구매한 제품인 No.970 Black을 리뷰해 보겠다.

패키징은 위와 같다. 바스통과 오메가 글러브즈가 협업한 제품이기 때문에 패키징 표면에 오메가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다. 오메가 글러브즈는 1923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설립되어 지금까지 4대째 장갑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라고 한다. 패키징이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여서 만족했다.

오메가와 함께 바스통 택까지 얇은 밧줄로 연결되어 있다. 이 얇은 밧줄은 다른 제품에서도 쓰이는 것으로 보아 바스통만의 감성을 드러내는 수단인 듯하다. 바스통의 숫양 로고는 언제 봐도 참 멋진 것 같다. 내가 바스통에 빠지게 된 브랜드 상징 중 하나다.

No.970 제품은 이태리 나폴리에서 드럼 염색 방식으로 가공한 부드러운 촉감과 고급스러운 광택을 가진 고급 양가죽을 사용했다고 한다. 처음 이 장갑을 만져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가죽의 부드러움이었다. 나는 옷에 대해서는 - 특히 가죽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고급스러운 광택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가죽을 만져봤을 때 다른 가죽제품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3주 정도 착용해 보고 있는데 점점 더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안감도 100% 이태리 캐시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안감도 부드럽기는 하지만, 가죽의 부드러움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가죽이 더 부드럽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안감 색인 파인 그린 컬러는 바스통이 애용하는 색인 것 같다.

3주 정도 착용하고 나니 부드러워짐과 동시에 가죽에 점점 주름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가죽 제봉 부분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튼튼해 보인다. 무엇보다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장갑에 비해 얇으면서도 보온성 또한 뒤처지지 않는 편이다.



가죽과 안감의 품질을 봤을 때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갑의 내구성이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 양가죽이라 물에 의한 오염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염이 싫은 사람이라면 No.971 장갑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