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람들의 양복을 맞춰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좋은 날 추억이 가득 베인 옷이겠지만,

매일같이 양복을 다루다보니 점점 무뎌지네요.

그래서 인지 편하게 걸쳐도 꾸밈없이 멋진 스타일이 저에겐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누구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박음질 하나에 민감하고,

미세한 완성도의 차이로 울고 웃는 일이 몇 년째 이어지자 어지간한 옷으로는 성이 안 차고,

입어보고 내려놓고를 수 백번. 결국 돌고 돌아 바스통에 다시 한 번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니 바스통은 저에게 있어 더 각별하고 언제나 새롭습니다.

처음 바스통을 접하게 된 건 005였지만 언젠가 한 번쯤 108을 구매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머니 사정과 시기에 등떠밀려 2년을 기다린 끝에 이제서야 만났습니다.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운 108 퀼팅자켓 리뷰 시작합니다.

- 108은 간절기 아우터가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108은 두꺼운 거위털 충전재가 들어 있습니다.

자켓의 형태를 띄고 있는 다른 아우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입자마자 느껴지는 차원이 다른 보온력과 가벼운 무게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감기에 한 번 걸리면 도통 낫질 않는 제가

부릴 멋은 다 부리고 추위로 부터 체온을 지켜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오래전 부터 퀼팅자켓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입어왔지만

바스통만큼 '퀼팅'의 본질을 잘 살린 곳은 없었습니다.

또 소매와 카라를 코듀로이 재질로 만들어 피부에 닿아도 거슬림이 없고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이런 소재의 완벽한 배열을 위해 오랜 시간 수 많은 원단을 찾아 봤겠죠?

- 착용감이 좋습니다.

제가 아우터를 리뷰할 때 꼭 적는 말이 있다면

적어도 가장 겉에 걸치는 아우터는 이너의 다양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이즈만 크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사이즈로 구매를 하더라도

이너를 어떻게 입든 완벽한 실루엣을 유지 해줘야 한다는 것.

헤비 아우터의 덕목이자 필수 요소입니다.

108은 그런 점에 있어서도 완벽합니다.

완벽한 암홀의 위치, 팔의 둘레는 두꺼운 이너를 입어도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며

충전재가 많이 들어있는 탓에 이너가 가벼워도 깔끔하고 몸에 잘 맞는 실루엣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너를 고려해서 자켓 사이즈를 고민하는 건

자켓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공통된 걱정거리일텐데

108은 그런 고민을 덜어줘서 정말 편하고 좋네요 :)

-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합니다.

깔끔한 양복 위에 입었을 때 클래식한 멋을 잘 살려주지만

캐주얼한 착장에도 위화감이 없는 자켓이 필요했습니다.

저에겐 그래도 부담되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108은 그 하나만으로 다양한 착장을 커버하는 아우터가 돼서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마다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무 생각없이, 아무 옷이나 입고 매장을 방문해도

108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릴테니 꼭 한 번 입어보세요!

일에 치여서 살다보니

이번 겨울엔 별다른 걸 못했는데

108 퀼팅자켓을 산 걸 제일 잘 했지 싶네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