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린 시절 사진첩을 보면, 코흘리개 어린애가 남색 코듀로이 바지를 배꼽까지 올리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참 촌스러워요.

그랬습니다. 코듀로이 바지 일명 골덴바지 하면 뭔가 구닥다리 느낌.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코듀로이가 다시 유행한다고 여러 브랜드에서 우후죽순 출시할 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죠.

바스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믿고 사는 바스통이라고 해도 코듀로이 바지? NO~NO~

그러다 서울에 일 보러 갔다가, 바스통 도산공원에 갔습니다.

평소 눈 여겨 보았던 몇몇 옷들 보다가 탈의실 옆에 곱게 전시되어 있는 603-2를 발견했죠.

'와~'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더군요. 코듀로이 바지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참 곱구나. 고와.’

은은한 조명 아래 디피된 603-2는 참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홀린 듯 입어 보고, 홀린 듯 구매하고 나왔습니다.

각설하고 옷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듀로이의 상징인 ‘골’은 적당히 깊이가 있으면 굵게 짜여 있습니다.

‘나 골덴바지야’라고 외치는 듯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색감은 찐득함이 묻어나는 베이지라고 할까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이 색감이 코듀로이 ‘골’과 조화를 이루며, 오묘함과 고급스러움을 연출해 냅니다.

603-2는 실물로 봐야 하는데, 말이나 사진으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여 아쉽네요.

아무튼 참 곱습니다. 골덴바지가 이렇게 고운 바지였나요?

촉감, 매우 좋습니다. 코듀로이 바지는 처음에는 뻣뻣하다는 데 그런 점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보들보들하게 착 감깁니다.

핏은 의외로 제법 슬림합니다. 제가 바스통 바지는 30사이즈를 입는데, 603-1보다 아주 살짝 큰 정도입니다.

바지 두께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슬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아직 단순 일자바지보다는 좀더 슬림하게 빠진 바지가 좋더라구요.

하지만 기존 바스통 사이즈와 조금 다를 수 있으니 603-2만큼은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론

서두에서 밝혔듯, 저처럼 코듀로이 바지 하면 촌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계셨나요?

코듀로이 바지는 원래 왕이나 왕족이 입던 옷이라고 합니다.

바스통 603-2는 코듀로이 본래의 정체성을 되찾아 준 바지라고 생각합니다.

곱고, 아름답습니다. 추천합니다.